7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 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 했는 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던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에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딘가로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에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에게 올해 칠월은 정말 힘들 시기였다.
그녀와의 이별, 잘 풀리지 않는 일들, 금전적 불안,
다행이 비는 많이 오지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그 힘든 시기여도 나에게 여름은 가장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시의 구절처럼 칠월의 길엔 내 체념과
그녀와 함께 봤던 흑백영화와
그럼에도 나를 떠나 가버린 그대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하는 계절이기에 늘 천국이 아니어도
체념 뿐이어도 사랑할 수 있는 계절
나는 그런 여름을 사랑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연 시집 - 불온한 검은 피 - (0) | 2016.09.22 |
---|---|
허연 시집 - 불온한 검은 피 - (0) | 2016.09.22 |
최승자 시집 - 이 시대의 사랑 - (0) | 2016.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