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28 

"그렇게 사이좋았다는 다섯 명 그룹은 어떻게 됐지?"

쓰쿠루는 땅콩을 한 움큼 손바닥에 올리고 몇 개를 입안에 넣었다.

"우리들 사이에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암묵적인 룰이 있었어. '가능한 한 다섯이서 같이 행동하자'라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였어. 이를테면 누군가와 누군가가 둘이서만 뭔가를 하는 건 가능한 한 피하도록 하자.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룹이 흩어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하나의 구심적인 유닛으로 존재해야만 했지.

뭐라고 하면 좋을까, 우리는 흐트러짐 없이 조화로운 공동체 같은 걸 유지하려 했던 거야."

 " 흐트러짐 없이 조화로운 공동체?" 그 물음에는 순수한 놀라움이 배어 있었다.

 쓰쿠루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고등학생이니까 이런저런 이상한 생각도 하는 거지."

사라는 쓰쿠루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그렇지만 그 공동체에 무슨 목적 같은 게 있었던 거야?"

"그룹의 기본 목적은 아까도 말했듯이 학습 능력이나 학습 의욕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거였어. 그게 출발점이었고, 물론 그건 우리에게 계속해서 변함없이 소중한 의미였지.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을지도 몰라."

 "그렇게 존재하고 존속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아마도."

사라는 눈에 힘을 주어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주처럼."

 "우주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렇지만 그때 우리는 그게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사이에서 일어난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소중히 지켜 가는 것. 바람 속에서 성냥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처럼."



p 340

 "우리 모두는 온갖 것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 이윽고 에리가 입을 열었다.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

 "물론 간단히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얼렁뚱땅 내벼려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억에 뚜껑을 덮어씌울 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를 숨길 수는 없다. 내 여자 친구가 한 말이야."

 에리는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가 창을 들어 올려 열었다. 그런 다음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바람이 커튼을 흔들고 탁, 탁, 보트 부딪히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옆으로 쓸고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서 쓰쿠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 가운데는 완전히 굳어 버려서 벗겨낼 수 없는 뚜껑도 있을지 몰라."

 "억지로 벗겨 낼 필요는 없어. 거기까지 바라는 건 아냐. 하지만 그게 어떤 뚜껑인지 정도는 내 눈으로 보고 싶어."

 에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두 손을 보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두툼했다. 손가락은 길고 손톱은 짧았다. 그는 그 손가락이 물레를 돌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내 겉모습이 아주 많이 변했다고 말했지. 물론 나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 16년 전 그룹에서 추방당한 뒤 나는 한동안, 다섯 달에 걸쳐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어. 정말로 심각하게 그것만 생각했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어.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로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갔다고 생각해. 아슬아슬한 끝자락까지 가서 안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눈을 뗄 수 없게 되고 만거야. 그렇지만 어떻게든 원래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어.

그때 진짜로 죽었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어. 지금 생각하면, 머리가 어떻게 되었던 것 같아. 노이로제인지 우울증인지, 병명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때 내 머리는 정상이 아니였어. 그건 분명해. 그런데도 혼란에 빠진 건 아니었어. 머리는 아주 맑았어. 잡음 하나 없이 고요했지. 그건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이상한 상태였어."

 쓰쿠루는 침묵하는 에리의 두 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다섯 달이 지나고 내 얼굴은 전과 많이 달라져 버렸어. 가지고 있던 옷을 거의 입을 수 없을 만큼 체형이 달라졌지. 거울을 보니 내가 나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 물론 우연히 인생의 그런 시기를 만난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건 내 머리가 정상에서 벗어날 시기였고, 얼굴이나 신체가 크게 변하는 시기였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계기가 된 건 내가 그룹에서 버림 받았다는 사실이었어 그 일이 나를 크게 바꿔 버린 거야."

 에리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쓰쿠루는 말을 계속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마치 항해하는 배의 갑판에서 밤바다 속으로 갑자기 혼자만 떠밀려 빠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어."

 그렇게 말하고 쓰쿠루는 그 말이 얼마 전 아카가 입에 담은 표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한 호흡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 누군가에게 떠밀린 건지, 아니면 제 멋대로 떨어져 버린건지, 그건 잘 몰라. 아무튼 배는 항해를 계속하고 나는 어둡고 차가운 물 속에서 갑판의 불빛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봐. 배 위에서는 아무도, 승객도 선원도 내가 바다에 빠졌다는 것을 몰라. 주위에는 붙잡을 것도 없어. 그때의 공포를 난 지금도 품고있어. 자신의 존재가 느닷없이 부정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밤바다 속에 내팽개쳐지는 공포. 아마 그 때문에 나는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었을 거야. 다른 사람과 나 사이에 늘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었지."

 그는 테이블 위에서 두 손을 좌우로 벌리고 30센티미터 정도의 폭을 만들었다.

 "물론 그런 것도 타고난 성향일지 몰라. 남과의 사이에 본능적으로 완충 공간을 두게 되는 경향이 원래 내 속에 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너희하고 같이 있을 때에는 그런 거리 같은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어. 적어도 나는 그렇게 기억해. 벌써 아주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지만."

 에리는 두 손바닥을 볼에 대고 세수라도 하듯 천천히 문질렀다. "16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넌 알고 싶은 거구나. 모든 사실을."


p 435

 날짜가 바뀌기 전에 침대에 들어가 머리맡의 불을 껏다. 사라가 등장하는 꿈을 꾸면 좋으련만, 하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에로틱한 꿈이라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가능하면 그리 슬프지 않은 꿈이 좋다. 그녀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꿈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어차피 꿈이니까.

 그의 마음은 사라를 갈구했다. 그렇게 마음으로 누군가를 우너한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쓰쿠루는 그것을 강하게 실감했다.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이것이 처음인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것이 멋지지만은 않다. 동시에 가슴앓이가 있고 숨 막힘이 있다. 두렵기도 하고 어두운 울렁거림이 있다. 그러나 그런 고통조차도 지금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는 지금 자신이 품은 그런 기분을 놓쳐 버리고 싶지 않았다.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는 그 온기를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걸 잃어버릴 거라면 차라리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리는 편이 낫다.

 "있잖아, 쓰쿠루, 넌 그 여자를 잡아야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지금 그 여자를 놓쳐버리면 다시는 아무도 가질 수 없을지도 몰라"

 에리는 말했다. 맞는 말일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를 손에 넣어야 한다. 그것도 그는 안다.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과 또 다른 한 사람의 마음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주어야 할 것이 있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 아무튼 모든 것은 내일 일이다. 만약에 사라가 나를 선택하고 받아들여 준다면 바로 결혼하자고 말하자. 그리고 지금 자신이 내줄 수 있는 것을, 그것이 무엇이든, 몽땅 내밀자. 깊은 숲에서 길을 잃고 나쁜 난쟁이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그것이 쓰쿠루가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에리와 헤어질 때 했어야 할, 그러나 그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의식의 꼬리에 매달린 빛이 멀어져 가는 마지막 특급 열차처럼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작아지더니 밤 가운데로 빠져들어 사라졌다. 그리고 자작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만 남았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책 내용을 길게 쓴 적이 있었나 싶었다.

공부를 하는 도중이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읽었다가, 

어제 폭발하듯 읽어 내렸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고, 머리도 어지러워 마치 마약이라도 한 방랑자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책 안에 쓰쿠루는 나였고, 나는 책 속에서 나의 과거를 정리하려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 책에 빠져 숨쉬는 것 조차 잊을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책을 처음 접한 충격이 너무 컷다.

그의 책 안에서 영화 데몰리션의 주인공처럼 나는 나를 분해해서 다시 조립했다.

해답을 알고 싶었기에. 답은 내 안에 있음을.


책은 따뜻함과 차가움을 넘나들며 초가을 소풍가듯 나를 안내했다.

쓰쿠루의 어린시절 완벽한 모임의 구성원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부터 그가 상처받고 그 상처를 회복해 가는 이야기

상처를 자신의 마음속 어느 한 구석에 숨겨두고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발견한 사라로 인해 곪아서 고름이 흘러나오는 상처와 마주할 운명에 놓인다.스쿠루는 천천히 고름을 닦아내고 상처에 약을 바른다.

상처에 바를 수 있는 완벽한 약은 책에서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스쿠루 스스로 그 약을 제조하고, 여러번 시험해가며 결국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차분히 이끌어 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인상은 그런 참을성 있는 백발 노인 같은 작가였다.






p11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반들반들한 손목 안쪽.

뜨거운 프라이팬이 젖은 싱크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지면서 솟아오르는 증기.

 - 중략 -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p254 - 255


나는 안다, 이제는 바꿀수도, 만회할 수도 없음을.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차제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우리는 기나긴 휴지기를 부여받게 된다.


-중략-


나는 용마루처럼 솟아오른 강의 파도가 달빛에 반짝이며 우릴 지나쳐 기세좋게 거슬러올라가 사라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어둠 속에서 손에 든 회중전등 빛줄기를 교차시키며, 고함을 지르며 그 뒤를 따르던 광경을 생각했다.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책의 많은 구절들 중에 시작과 끝만 적은 이유는 시작과 끝에 모든 이야기를 함축해 놨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한 평범한(자신을 지독히 평범하다고 이야기하는) 남자가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친구가 가로챘다고 생각하고 쓴 편지로 인해 이러난 파국적인 상황에 자신이 아무것도 할수 없음을 깨닫는 이야기.


나는 책을 읽고 난 후 

 

어째서 토니가 윤리적 죄의식을 느끼야 하는지 생각했다.

나 또한 토니라면 죄의식을 느끼겠지만.

책속에서 토니가 예상한 상대의 반응은 단 하나도 맞지 않았는데, 

당연히 이루어질리 없다고 생각하고 쓴 편지가 그렇게 잘 들어 맞을것이라고 어찌 예상한단 말인가.


무지하고 어리숙한 평균 이상의 상황을 상상해본적 없는 가장 평범한 남자에게 일어난 일 치고는

너무 잔인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이 끝나고 난 이후 65년을 평범하게 산 토니는, 그의 65년이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많은 생각을 했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나의 글쓰기 능력은 너무 부족하다.






제목에 휘둘려 읽게된 책이다. 

단 하나의 예감도 맞지 않았고, 화자는 무지했다.

150 페이지의 책 (영국기준, 우리나라 번역본은 255페이지로 구성되어있다.) 을 300 페이지로 보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의아했으나 

다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책의 이야기는 훌륭하다. 몇번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독성 또한 말할 것 없다.


내생각에 이야기는 더 중요한 작가의 의도를 겉에서 감싸 안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하고싶은 이야기가 단순히 '세치 혀(책에서는 세치 팬이라고 해야겠지만)를 놀리지 말라' 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는 모든 인간 즉, 우리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지하다. 어떤것도 모두 알수 없다. 심지어 상대방의 마음속 생각들을 알 도리는 전혀없다.

우연히 누군가를 통해 전해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오히려 더 깊숙한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절대 답을 찾을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상대의 반응을 예상해 본다. 

반응은 예상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주인공 토니가 예상한 베로니카의 반응은, 혹은 어떤 예상한 일들은 이루어진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가 저주처럼 퍼부은 그의 편지 내용이 전혀 빗나가지 않고 모두 들어맞은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p 146 - 150 


수파리 독서법 


* 수 : 스승의 가르침을 배우고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 -> 기초를 배울 수 있는 '기본'이 되는 책


* 파 : 스승의 가르침을 깨우친 후 타인의 방식을 연구하는것 -> 다른 사람의 방법을 배우는 '응용' 책


* 리 :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서 독자적인 경지를 터득하고  일류를 창출해 내는 것 -> 자신만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난관 돌파' 책


이처럼 '수' 단계인 사람이 갑자기 '파'나 '리' 단계에 해당하는 본격적인 고전에 손을 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우선 입문서로 기초 지식과 전체상을 파악하자. 기초 체력을 기르고 나서 다음 단계로 진행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아울러 보다 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p 158


'남이 하니 나도 따라한다' 는 심리를 심리학에서는 '동조압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에 억지로 내 의견을 끼워 맞추는 것은 가요받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억지로 읽으면 도움도 안 되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게다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읽는 의미가 없다. 

즉 책을 고를 때는 베스트셀러인가 아닌가보다 그 책을 정말 읽고 싶은가 아닌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 중략 - 


베스트셀러는 시류를 반영한다. 집단심리라 해도 좋다. '지금 무엇이 유행하고 있는가?' 를 배우고 연구하는 것은 신상품이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나처럼 책을 쓰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을 안다는 의미에서 베스트셀러를 읽는 데는 의의가 있다.

 단지 베스트 셀러이고 요즘 인기 있는 책이라는 이유로 현혹되지 말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엄밀하게 파악해서 읽기 바란다.


p 172 


당신이 어떤 책을 읽고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을 때는 그 책의 참고문헌에서 흥미로운 책을 골라 읽어나가라. 그 분야의 지식이 더욱더 깊어진다.

-중략-

같은 장르의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참고문헌마다 반드시 등장하는 책들이 있다. 그 책은 그 영역에서 '고전' 이거나 '명저', '대표적인책'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읽기 바란다.



p 185 


초단기투자 : 인터넷 정보, 신문, 주간지

단기투자 : 노하우책

중기투자 : 업무법, 공부법을 다룬 책

장기투자 : 사상, 철학, 삶의 방식을 다룬 책





전정린 작가의 책을 사기위해 알라딘에 갔다가 바로 옆에 있어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글도 편안하게 썻고 오랜만에 개발서 같은 책을 읽다보니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책에 대한 관심이 가장 정점을 찍을때이다 보니, 가장답답한 부분, 많이 읽고 싶은 욕심과, 그 안에서 지식을 축척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이라도 상세하게 설명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지금 내가 책을 읽고있는 방식이 그리 나쁘거나 틀리지 않다고 쓰여진 부분에 힘을 얻었고, 


15분 독서법에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는 하루에 1권씩 꾸준히 책을 읽는다고 했다. 


나도 지금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공부와 독서사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헌데 저자의 방법대로 책을 읽으면 독서와 공부를 병행하기에 좋을듯 하다. 


시도해 보고 여기에  후기를 남겨보겠다.


가볍게 읽으면서도 책에 관심이 생긴 '파'단계에 계신 나같은 사람이 읽기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이상.


너는 사라질 때까지만 내 옆에 있어 준다고 했다.


허연




 얼음장 밑을 흘러왔다고 했다.  힘들었던 건 내가 아니라 겨

울이었다고 했다. 우리가 '첫사랑은.....' 어쩌구 하는 70년대

식 방화(邦畫)* 속에서 눈덩이를 던지며 사랑을 좇던 늦은 오

후에 어느새 너는 서걱이는 마른 대숲을 지나 내 곁에 왔다

고 했다.



 어머니는 아직도 무릎이 아프다고, 이젠 정말 걸을 수 없

을지도 모른다고, 녹슨 편지함 속에서 울었다. 그런 밤마다 

나는 어머니가 아닌 너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따

뜻했던 몇 가지 기억들을



 다시 돌아온 너에게, 말 없는 눈발로 내 옆에 서 있었던 

쓸쓸함을 묻지 않으리라. 어느 날 막막한 강변로에서 다시 

너를 잃어버리고 창문 틈에 너를 기다린다는 연서를 꽂아 

놓을 때까지, 네가 내 옆에 없음을 알고 전율할 때까지



  낡은 자명종의 태엽을 감으며, 너는 사라질 때까지만 내

옆에 있어 준다고 했다.





*방화 : 자기()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

참조 : www.naver.com(네이버 사전)

 


시집 구매 기념 하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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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리에선 어떤 구두도 발에 맞지 않았다


허연



발이 편한 구두를 신어 본 적이 없었다.


꿈과 계급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죽고 싶었지만 실패한 건 아니었고

난 아무것도 가슴에 묻지 못했다

잠이 깨면 우박 같은 게 내리던 거리

잠결로 쏟아지던 어머니, 하늘에 계신


죽을힘을 다해 꿈꾸는 거리는 몇 달째

공사 중이었고 구멍가게 앞에선

밤마다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졌다

뭘 그렇게 미워하며 살았는지

피 묻은 담벼락엔 미친 듯 살고 싶은

우리가 남아 있었다. 개새끼


그 거리에선 어떤 구두도 발에 맞지 않았고

어떤 꿈도 몸에 맞지 않았다


우리는 늘 그리워했으므로

그리움이 뭔지 몰랐고







구매했던 허연의 시집이 도착했다.


불온한 검은피와 오십 미터


고민고민을 하며(이번달 생활비를 다써서) 구매햇는데, 역시 구매하길 잘했다.


허연의 시집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의 시로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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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MUSEUM (대림 미술관 한남)


New British Inventors

헤더윅 스튜디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


Inside Heatherwick Studio 


16 June 2016 - 23 October 2016



그녀와 미술관 데이트를 가끔 했던 덕분에 D멤버십이 아직 남아있어.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오늘 드디어 가게 되었다.


Heatherwick 은 가끔 인터넷 서핑중에 보게 되었지만 그저 디자인 회사정도로 치부했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기대 없이 보는 기회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있다면 함께 가서 보기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자연적이지만 사용자를 생각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창의적이였다.


전시회를 한차례 둘러보고 도슨트 투어로 설명과 함께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도슨트 투어할때 아이들이 있었는데 상하이 엑스포에 전시를 위한 건물 영국관을 설명하며 어떤 모양같으냐는 질문에 아이중 하나가 민들레 라고 이야기 하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의 시선은 솔직했고 그때부터 정말 민들레 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관의 외부와 내부는 7.5미터의 긴 아크릴 막대로 이루어져 있고, 막대 하나하나에는 밀레니엄 종자 은행 으로부터 제공받은 25만개의 씨앗을 한 종류씩 넣어 안에서 볼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중국여행을 꿈꿔봤다.


볼거리도 많고 마지막에 스핀체어 체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부담없이 다녀올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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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광


2016/09/20 - 2017/01/08





박영숙 사진전이 끝나고 시작된 손수광 유작전을 보았다.


한국 근현대 구상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처음 들었다.


미술에 무지하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할때는 그저 있는 그대로 보기위해 노력한다.


가끔 작품에 빠지듯 있을때도 있고, 소름돋아 도망치듯 다른 작품으로 갈때도 있다.


이번 손수광 작품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그려진 이유도 있겠지만 편한한 색감과 통일된 구조등이 이유이긴 하겠다.


작가의 그림 중에는 석류, 가면, 여인, 붉은색 꽃 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가면과 석류는 여인의 그림 속 드문드문 위치해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사실을 담은듯 그러면서도 사실뒤에 다른 무엇인가를 숨겨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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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 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 했는 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던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에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딘가로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에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에게 올해 칠월은 정말 힘들 시기였다.

그녀와의 이별, 잘 풀리지 않는 일들, 금전적 불안,

다행이 비는 많이 오지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그 힘든 시기여도 나에게 여름은 가장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시의 구절처럼 칠월의 길엔 내 체념과 

그녀와 함께 봤던 흑백영화와

그럼에도 나를 떠나 가버린 그대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하는 계절이기에 늘 천국이 아니어도

체념 뿐이어도 사랑할 수 있는 계절

나는 그런 여름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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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삼십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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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3 - 14


아버지는 자동차를 수리해야 했다며 다음날 정오 무렵에 왔다. 얼굴이 낯설게 보인 것은 이발을 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미 의심이 시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고 싶은 마을을 물리치기가 가장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자존심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인생을 자기가 아는 방법으로 보전하려는 의지였다. 그녀는 자기가 의존해온 틀을 지키려는 어리석은 긍정과 교활한 평화가 어떻게 사람들을 보수적인 이데올로기 안으로 끌어들이며 또한 자신조차 신뢰하지 않는 채로 그것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 앞장서게 만드는지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의심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으려면 의심스러운 것을 의심하지 않아야 했다.

그 생각은 오랫동안 쥐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가 손안에서 여지없이 바스러지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가슴을 찔렀다. 언제 또 시동이 꺼질지 알 수 없는 자동차에 실려 흔들리며 말없이 앞만 바라보던 어머니는 불현든 손을 들어 왼쪽 가슴에 갖다댔다. 


낯설어진 세계, 그리고 사랑의 상실에 조의를 표한 셈이었다.


 

p 170 - 171


J는 자신이 소설가라는 사실을 내세우기 싫어했다.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앞세워 원고료를 올리라는 주변의 충고를 모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J는 자신이 누구로 죽을지 까지 선택할 수는 없었다. 


산 사람들이 씌운 불우한 소설가라는 멍에와 그 불우함에 던져지는 호의를 거절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중략..


추모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J가 사회적 약자이자 불운한 인간으로서 알코올중독으로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는 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 되어갔다. 더구나 그런 말을 하는 무리는 삶을 세속적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고 사랑이라든가 그리움이라든가 평화, 그런 것과 얼마나 가까운가로 평가하자고 글을 써대는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요셉의 머릿속에는 이 자리야 말로 J가 죽임을 당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떤 분야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내리고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현상적 이분법, 그리고 결과만으로 인간을 재단하는 세속적 패턴은 요셉에게 차라리 익숙했다. 


요셉이 역겨운 것은 발언권 없는 죽은 자를 이분법적 틀에 집어넣어 루저로 만들어놓고 그를 동정함으로써 자신들이 공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 자들의 기만적 패턴이었다.




p 246


류가 술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이제야말로 화장실에 들어간 요셉은 오줌을 눈 뒤 세면대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어깨 위의 눈을 천천히 떨어내고 이마에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올려 정수리의 빈곳을 가렸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가려던 요셉은 문득 걸을을 멈추었다. 거울 앞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십년 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가서 십년 뒤의 자신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거울 속의 남자는 자신이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낯선 남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십년이라는 시간 너머 어딘가에 실이 끊어진 채 버려진 타래를 끌어당겨올 만한 힘이나 욕망은 전혀 없어 보였다.


화장실을 나온 요셉은 계단의 어둠속세 서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냈다. 

눈발이 점점 굵어졌다.

얼마 뒤 류가 다시 급정지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나왔다.


류가 쏟아지는 눈발을 뚫고 골목 저편으로 사려져갈 때 몇번인가 이름을 부르며 달라가려 했지만 요셉의 몸은 점점 얼어붙어갈 뿐이었다.



【 

은희경작가의 첫 소설은 구절구절이 시처럼 느껴졌다.

사실 부드럽게 읽혀진다기 보다는 문장을 꼭꼭 씹어서 읽어야 할꺼 같아. 

생각보다 오래 읽었다.


단어하나하나에 너무 힘을 준 소설이 아닌가 했다.

작가가 포기하듯 쓴 소설이라고 적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작가 자신의 신념을 신중하게 한자한자 적은 소설로 느껴졌다.


내용은 재미있었다. 

정작 주인공인 류의 이야기가 거의 없어 아쉬운점을 빼면? 


최근 내가 읽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비교하자면 쉴틈이 많은 여유 있는 소설로 읽혀졌다.

'채식주의자'는 내가 너무 고통스럽게 읽어서 그럴지도..

쉴틈은 주지않고, 읽기 싫어도 읽어야 하며, 다 읽고 나서도 책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해서 고생했다.


요 며칠 책에 빠져 살고 있는데, 

몇년만에 접해보는 한국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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